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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옥 도예/도예와 시 하모니

도예명: 물감을 짜는 팔레트처럼 , 시: 〈위기의 날들〉

by sangokshim 2020. 1. 16.




위기의 날들

               

                     심상옥


버드케이지란 나무는 약간의 그늘만 만나면
뿌리를 내리고 이슬을 받아 살아간다고 한다
노랑부리할미새는 기린의 등에 매달려
진드기를 잡아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휘파람을 불지 않고는 저 언덕을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너는 말한다
이름 모를 풀에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나를 살아가게 했다고 나는 말한다

꽃을 본 적도 없이
어느 사이 꽃들이 분분하게
흩어져버렸을 때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날들이
내게는 있었다

시련의 끝에서 보면
우리의 웃음은
눈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