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의 오랜 친화를 통해 가 닿는 심미적 긍정의 언어〉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1.
이 가파른 속도전의 시대에 우리가 아직도 단정하고 함축적인 서정시를 쓰고 읽는 것은, 흘낏 지나칠 법한 우주적, 사회적 진실에 동참하려는 강렬한 미학적 의지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의 구체적 경험과 기억을 토로하고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삶에 새로운 충격과 탄력을 부여하려는 어떤 열망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각별한 의지와 열망은, 나날의 일상이 가질 법한 순환적 무의미함에 인지적, 정서적 변형을 새롭게 가함으로써 스스로를 반성적으로 사유하고 치유해갈 수 있는 창조적 에너지를 부여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정시를 쓰고 읽는 가장 보편적인 욕망이자 이유일 것이다. 이때 이러한 의지와 열망의 순간을 기록해가는 내재적 원리를 우리가 ‘서정’이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면, 서정의 원리는 남다른 경험의 기억과 토로 그리고 그것을 통한 반성적 사유의 연쇄에서 가능한 것일 터이다.
심상옥 시인의 이번 신작 시집은 이러한 서정의 원리를 가장 고유하고 근원적인 차원에서 충족해간 미학적 결실이다. 이 시집은, 마치 서정의 원적原籍처럼 시인의 마음에 가라앉아 있던 소중한 기억들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담아냄으로써, 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게끔 하는 상상적 도록圖錄이기도 하다.
시인 스스로 “자연에 순응하고/긍정하는 생의 진실은 더없이 아름답다”(「시인의 말」)라고 말했듯이, 이번 시집을 규율하는 내재적 힘은 사물과의 오랜 친화를 통해 가 닿는 심미적 긍정의 언어에 있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에서 가득 출렁이는 기억들에 의해 발원하는 심상옥 시인의 시세계는, 지상의 소중한 이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과 그들과 공유했던 눈부신 순간들에 대한 매혹의 언어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래서 심상옥 시인의 이번 시집은 과거에 대한 회감回感을 바탕으로 하면서 시인 자신의 경험에 대한 절실한 고백을 이어감으로써 미학적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세계로 다가오고 있다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심상옥 시집을 통해 시인이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을 상상하는 과정을 읽어내는 동시에, 그 시편들이 구체적 경험의 결을 통해 모두의 영혼을 충일하게 하는 미학적 비전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세계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도록 하자.
2.
두루 알려져 있듯이, 서정시는 시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표현해가는 고백적 언어예술이다. 그래서 그 심층적 동기는 절절한 자기 확인 과정에 놓여 있게 되고, 나아가 시인들은 이러한 자기 확인 과정에 따르는 반성적 사유를 독창적으로 생성해가게 된다. 이처럼 서정시는 절실한 자기 탐구 결과를 함축적 언어에 얹어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일견 나르시스적인 도취로 나아가기도 하고, 일견 구체적 경험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사유의 성층成層을 한결 더 두텁게 해가게끔 해주기도 한다.
그러한 미학적 성층이 바로 서정시를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독자로서의 구체적 결실인 셈이다. 우리가 심상옥 시편을 통해 얻는 가장 중요하고도 일차적인 결실은 시인이 표현해가는 삶의 중용적 지혜라는 성층일 것인데, 이는 시인 특유의 균형 감각을 잘 보여주는 실례일 것이다. 먼저 다음 시편을 읽어보도록 하자.
밀봉과 개봉 사이
고배와 축배 사이에 간격이 있고
질문과 대답 사이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에 간격이 있네
가치와 사치 사이
생각과 행동 사이에 간격이 있고
아침과 저녁 사이
꿈과 현실 사이에 간격이 있네
나무와 나무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격이 있고
이곳과 저곳 사이에 간격이 있네
모두가 간격을 말할 때
너와 나 사이에도
간격이 있다는 걸 알겠네
간격이 있어야
더 잘 보이는 타인들 사이
- 「간격」 전문
대체로 ‘사이’란, 어떤 두 개의 사물이나 관념의 중간지대를 말한다. 그래서 ‘사이’는 물리적인 가운데를 뜻하기도 하고, 여러 편향들을 균형적으로 조정한 차원을 함의하기도 한다. 심상옥 시인은 모든 대립적인 사물이나 관념의 ‘사이’를 사유하고 탐침함으로써, 그 사이에 있는 ‘간격’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더없는 균형추임을 강조해마지 않는다. “밀봉과 개봉”, “고배와 축배”, “질문과 대답”, “물음표와 마침표”의 ‘사이’를 주목함으로써 거기 있는 ‘간격’이 우리 삶의 중요한 실체임을 깨달아가는 것이다. 나아가 “가치와 사치”, “생각과 행동”, “아침과 저녁”, “꿈과 현실” 사이는 물론, “나무와 나무”, “사람과 사람”, “이곳과 저곳”의 사이에도 맞춤한 ‘간격’이 있음을 발견한 시인은, 이 모든 ‘간격’이야말로 “너와 나” 사이는 물론 “타인들 사이”까지도 환하게 보이게끔 하는 호환할 수 없는 삶의 조건임을 에둘러 말하고 있다. 그렇게 심상옥 시인은 다양한 실물적 사례를 통해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있는 ‘간격’이 바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화음”(「저 황금나무」)임을 노래하면서, “어둠과 빛의 행간에”(「휴식」) 존재하는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럼으로써 균형과 정제整齊의 사유를 수행해가는 자신의 시쓰기 과정을 환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 시인은 이러한 사유의 실마리가 그동안 겪어왔던 숱한 ‘위기의 날들’ 때문에 가능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버드케이지란 나무는 약간의 그늘만 만나면
뿌리를 내리고 이슬을 받아 살아간다고 한다
노랑부리할미새는 기린의 등에 매달려
진드기를 잡아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휘파람을 불지 않고는 저 언덕을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너는 말한다
이름 모를 풀에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나를 살아가게 했다고 나는 말한다
꽃을 본 적도 없이
어느 사이 꽃들이 분분하게
흩어져 버렸을 때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날들이
내게는 있었다
시련의 끝에서 보면
우리의 웃음은
눈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 「위기의 날들」 전문
누구나 생의 위기국면을 겪게 마련이지만, 때로 그것은 삶의 자양이 되어주기도 하는 역설을 우리는 종종 경험하곤 한다. 심상옥 시인은 “버드케이지란 나무”와 “노랑부리할미새”의 사례를 들어, 그네들이 처한 난경難境들이 오히려 더없는 삶의 조건이 되는 역설을 들려준다. 마찬가지로 휘파람을 부는 순간이 언덕을 내려가게끔 해주었고, “이름 모를 풀에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삶을 가능하게끔 해주었다고 힘있게 고백한다.
미처 보기도 전에 꽃들이 분분하게 흩어져 버렸을 때 “어제와 같은 오늘을/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날들”은, 비록 그것이 ‘위기의 날들’이었을지라도, “시련의 끝에서 보면/우리의 웃음은/눈물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던 것이다. 이어지는 ‘웃음’과 ‘눈물’의 대위對位 역시 위기를 바탕으로 삶을 꾸려왔던 시인의 힘겨웠지만 아름다웠던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그래서 심상옥 시편은 “새로운 삶의 비밀을 발견하기 위해”(「먼동」) 가장 구체적인 발견과 깨달음의 과정을 노래하면서, 그것을 중용과 역설의 언어로 표현해간다.
이렇게 심상옥 시인의 목소리는 ‘사이’ 혹은 ‘간격’의 상상력을 통한 역설의 시학으로 귀결되어간다. 세계내적 존재로서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슬픔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러한 힘겨운 조건을 중용과 역설의 지혜로 돌파해가는 사유의 과정이 거기 가득 펼쳐져 있다. 존재의 엄연한 한계 속에서 오히려 궁극적 자기 긍정으로 전화轉化해가는 내적 계기들을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그것은 삶에 대한 외경과 믿음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 터인데, 시인은 꽃 하나에 대한 미적 동경에서 그것을 찾기도 하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그러한 징후를 탐구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중용과 역설의 감각을 가진 이번 시집이 보여주는 구체적 면모일 것이다.
3.
우리가 잘 알듯이,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기억은 시 창작의 제일의적 수원水源이다. 그만큼 서정시는 부재하거나 결핍된 것들을 상상적으로 재현하면서, 그러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감정에 의해 씌어진다. 어쩌면 그러한 ‘부재하는 현존’ 자체가 인간의 존재방식을 그대로 담아내는 기억의 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 과정에서 ‘기억’이라는 것이 단순한 과거 사실의 재현에 멈추지 않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형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 점에서 심상옥 시인의 기억 시편들은 시인 자신의 현재형과 깊이 닮아 있는 셈이고, 오래도록 자신의 육체 안에 새겨놓았던 소리들이 집중적으로 발화되는 다음 시편은 그러한 기억과 현재형의 긴장과 상합相合 과정을 잘 보여준다 할 것이다.
솔바람 서로 부대끼는 소리 적막하다
환한 축복 같던 목련 지는 소리 적막하다
구성진 새울음이 멀어져가는 소리 적막하다
숨어서 우는 풀벌레 소리 적막하다
수직으로 내리는 겨울비 소리 적막하다
소리도 없이 눈이 휘날리는 소리 적막하다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는 탄식소리 적막하다
지나간 천년보다 하루가 더 길다는 절박한 소리 적막하다
마음의 맷집이 느슨해지는 소리 적막하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내게서 멀어지는 소리 적막하다
내 발걸음이 나를 옮겨가는 소리 적막하다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이 적막하다
― 「적막하다」 전문
이 아름다운 시편은, 여러 차원의 ‘소리’들을 경험적으로 살려내면서 그것들이 이제는 눈앞에서 사라져버렸고 지금에는 ‘역동적 고요’로서의 ‘적막함’으로만 남아 있음을 노래한다. 이 또한 ‘소리/ 적막’의 사이에 있는 ‘간격’을 궁구하는 시인의 균형 감각이 살아 있는 실례에 속할 것이다. 끝없이 환유될 것만 같은 이러한 “세상의 모든 소리”(「귀여 들어라」)들의 흔적은, 가령 “솔바람 서로 부대끼는 소리”로부터 시작하여 “목련 지는 소리”, “새울음이 멀어져가는 소리”, “풀벌레 소리”, “겨울비 소리”, “눈이 휘날리는 소리”로 한없이 하나 하나 연쇄되어 나간다.
이러한 계절 운행에 따른 자연 사물들의 빛나는 ‘소리’들은 이제 온전한 ‘적막함’ 속에 잠겼다. 아니 ‘적막함’으로 몸을 바꾸어간다. 이와는 반대로 “탄식소리”나 “지나간 천년보다 하루가 더 길다는 절박한 소리”, “마음의 맷집이 느슨해지는 소리”, “원하는 것들이 내게서 멀어지는 소리”, “내 발걸음이 나를 옮겨가는 소리” 같은 것들은 모두 인간의 것인데, 이네들은 자연 사물의 것과는 달리 어떤 존재론적인 슬픔과 우수憂愁를 그 안에 깊이 담고 있다.
그렇게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적막함’에 감싸인 채로 시인의 기억 속에 깊이 잠겨 있는데, 이처럼 오래도록 자신의 육체 안에 새겨놓았던 소리들이 오랜 기억과 현재형 사이의 긴장과 상합 과정을 보여주면서 발화되고 있다. 결국 심상옥 시인은 “소리를 잘 들어주는 귀명창이/ 명창을 만들어 내듯이”(「일상에서 일생까지」) 예민한 감각으로 지나가버린 ‘소리’들의 ‘적막함’을 구성함으로써 “소리란 존재의 울림”(「비비추」)이라는 사실을 미학적으로 증언하고 있고, 깊은 근원의 소리를 채록해가는 것이 시인으로서의 직임職任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종을 때리고
추억은 가슴을 친다
종소리 멀리 퍼져 범종이 되나
추억은 인생이 지나는 길목에서
여린 휘파람 소리를 낸다
풀밭에 누워
시를 외던 시절은 지나간 것이냐
지금 오는 이 시간은
잃어버린 것들을 만나러 서성인다
또 한 편의 시절이
재생되는 것이냐
나는 하루를 적지 않기로 한다
― 「지금 오는 이 시간」 전문
이 시편은, 오랜 기억을 재현하면서도 ‘지금 여기’의 삶을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는 시인의 넉넉한 품을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이 시편의 얼개는 남다른 ‘추억’에서 시작한다. 그 ‘추억’은 시인의 가슴을 치면서 삶의 길목마다 “여린 휘파람 소리”를 낸다. 그 대상은 한편으로는 “풀밭에 누워/시를 외던 시절”이지만, 그것은 “지금 오는 이 시간”에 자리를 비켜주면서 시인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것들을 만나러” 서성이게끔 하기도 하는 기억의 힘이기도 하다.
그렇게 “지금 오는 이 시간”은 “또 한 편의 시절이/ 재생되는” 순간이기도 하니, 시인으로서는 “오늘 하루”를 굳이 적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옛 수첩에서」)에 비로소 찾아오는 추억의 힘을, 지금을 살아가는 재생의 힘으로 바꾸어 “사물들 곁에서 시작하는 나의 세계”(「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를 생성해내는 것이 자신의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깊은 기억의 힘을 빌려 존재 생성의 빛나는 순간을 창조해내는 시인의 감각은 돌올하고 아름답다. 이는 서정시가 구현하는 ‘기억의 연금술’로서의 속성을 여지없이 충족하면서, 그 충실한 힘을 통해 가장 깊고 오래된 인간의 감각을 유추해내는 과정을 천천히 밟아간다. 그럼으로써 심상옥 시인은 ‘소리’의 부재를 통한 ‘적막함’에 가 닿는 감각을 보여주기도 하고, ‘지금 여기’의 힘으로 추억을 변화시키는 사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시인은 ‘기억’이라는 것이 호환할 수 없는 서정시의 핵심적 기율임을 재차 선명하게 입증해간다. 그 발길이 한편으로는 경쾌한 산책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득한 심연을 향하기도 한다.
4.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서정시는 시인 자신의 민감하고도 세심한 상상력을 통해 일상에 편재遍在한 불모와 폐허의 기운을 넘어서 새로운 인생론적 활력을 생성해내는 언어예술이다. 심상옥 시인은 자연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묘사,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역동성에 대한 충실한 재현 과정을 통해 서정시의 이러한 다양한 속성을 풍요롭게 보여준다. 물론 심상옥 시편은 생성의 밝음뿐만 아니라 소멸의 어둑함까지 암시해가는 복합성의 세계를 선호한다. 우리의 삶이 쉽게 단선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의 가능성을 무궁하게 가지고 있는 실체임을 형상화해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번 시집은 세상의 표면에서 펼쳐지는 가파른 속도나 휘황한 감도感度 대신, 사라져가는 존재자들의 심미적 잔상殘像을 소중하게 담아냄으로써 어떤 근원적 존재를 향한 마음의 흐름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새 길이 옛 길을 내려놓을 때
추억을 통해 인생이 지나갈 때
바람이 손가락에 잡힐 때
그때가 소중하다
새 날이 지난날을 읽을 때
미로를 통해 방황이 끝날 때
구름이 생각 끝에 머물 때
그때가 소중하다
첫 질문이 다음 페이지를 쓸 때
시작을 통해 끝이 서럽지 않을 때
물결이 마음결에 닿을 때
그때가 소중하다
― 「그때가 소중하다」 전문
심상옥 시인은 자신의 기억을 새삼 되살리면서 손에 잡힐 듯한 소중한 시간들을 차근차근 배열하고 있다. 내면 깊이 소중하게 각인되어 있는 그때 그 순간은, 비록 많은 이질적 속성들을 구유具有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새 길이 옛 길을 내려놓을 때”로부터 시작하여 “물결이 마음결에 닿을 때”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지속성과 연쇄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소중함이란 대체로 ‘시작’과 ‘끝’을 제대로 각인하고 나서 얻어지는 어떤 힘과 연관되는데, 말하자면 “새 날이 지난날을 읽을 때”나 “시작을 통해 끝이 서럽지 않을 때”가 시인이 생각하는 삶의 출발점이자 귀착지인 셈이다.
이러한 ‘출발점/ 귀착지’의 동일성이야말로 시인으로 하여금 존재자들의 심미적 잔상殘像을 소중하게 담아냄으로써 어떤 근원적 존재를 향한 마음의 흐름을 가지게끔 하는 원질原質로 작용하고 있다. 그 소중함이 “나보다 낮은 곳에 물이 있고”(「나는 움직인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일 따위는 없다”(「예이츠가 모드곤에게」)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는 것이다. 기억의 잔상에서 퍼져 나오는 마음의 현상학이 이렇게 소중하게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을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
노을 지는 나이에
내가 나에게 묻는다
붉은 한숨을 토하겠지
한숨을 쉬면 어디까지 갈까
한숨 쉬는 나이에
내가 나에게 묻는다
마음 따라 가겠지
마음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
마음뿐인 나이에
내가 나에게 묻는다
마음이 있으니까 사람이 보이겠지
사람이 보이면 어떻게 될까
사람 보이는 나이에
내가 나에게 묻는다
오래 사랑한 사람을 놓아주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나는 울었다
― 「나에게 묻는다」 전문
심상옥 시인은 스스로에게 삶의 비의秘義를 거듭 묻고 있다. ‘노을’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과연 “노을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를 묻고는, “붉은 한숨”으로 가 닿게 될 그 다음의 시간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숨은 마음을 따라 갈 것이고, 마음이 자라면 사람이 보이는 지극한 성숙의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오래 사랑한 사람을 놓아주기로 결심한 사람”이 되어 끝내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을 환하게 떠올리고 있다.
시인은 그렇게 “마음은 바닥을 쳐도”(「하루도 긴 여름」) 생을 견결하게 이어왔고, 또 그렇게 “누구든 바닥은 있는 것”(「나그네새」)을 잘 알고 있기에 삶의 여러 굴곡이나 침전에 대해서도 자신의 마음을 넓게 열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이제야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왜 몰랐을까」)이라고 짐짓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인은 가장 깊은 의미에서의 인생론적 성숙의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지각하고 유추해낼 수 있는 삶의 시간(성)이란, 한동안 그것이 사물들을 규율하다가 사라져가는 곳에서 역설적으로 생겨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소멸 형식은 또 다른 차원의 존재론적 생성을 준비하는 필연적 단계이기도 하다. 아니 소멸해가는 사물들의 안쪽에 이미 생성의 기운이 충실하게 잉태되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그냥 홀로 살아가는 단독자單獨者가 아니라, 숱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의미를 획득해가는 상호 결속의 존재자임을 잘 알려준다. 심상옥 시인은 이러한 삶의 상호 의존적인 역리逆理들을 적극 발견하면서 그 결실을 자신의 삶에 수용해가고 있는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심상옥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음역音域은, 대상을 향한 가없는 사랑의 몫이다. 이때 시인은 타자들과 적극 친화하면서 그 소통의 결과를 은은하고도 깊은 파동으로 옮겨놓는 세계를 흔연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심상옥 시편을 통해 사물을 통한 깨달음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그만이 가지는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섬세하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깨달음과 자의식의 경험을 매개하고 표현하는 원리는, 삶의 저류底流에 흐르는 본질적 고갱이들을 순간적으로 파악해내는 힘에서 비롯하는 것일 터이다. 그만큼 심상옥 시편에는 역동적 상상력과 감각이 다양한 문양으로 가득 펼쳐져 있고, 우리는 그러한 상상력과 감각을 구성하는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제재가 자연 사물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산은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은 오르락내리락 하네
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은 바람처럼 흔들리다 말다 하네
꽃은 그 자리 그대로 피는데
사람들은 나비처럼 이 자리 저 자리 옮겨 다니네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데
사람들은 다투면서도 흐르지 못하네
그 자리에 그대로
그것보다 더 못 말리는 되풀이가 있을까
움직이는 것들 그보다 더
반복되는 되풀이가 있을까
아무려면 어떤가
내가 바라보는 자연은
온전히 나만의 것
그 자리 그대로
나도 내 자리에 그대로
― 「되풀이 일기」 전문
온전하고도 진득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들은 ‘산/ 나무/ 꽃/ 물’ 같은 자연 사물의 세목이다. 그런데 그것들과는 달리 늘 오르락내리락 하고, 흔들리고, 옮겨 다니고, 다투면서도 흐르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다. 이러한 ‘자연/인간’의 확연한 대조 속에서 시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자연 사물의 위대한 되풀이를 생각해본다.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은 그렇게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어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시인으로서는 “나도 내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암암리에 희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때 시인은 “오직/ 햇빛과 바람과 물과 새소리만으로/ 하루를 채울 수”(「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 있기를 기원하고, 나아가 “마음이 먼저/ 옮겨 적은 문장들”(「옛날 같은 여름이」)이 이미 자연 속에 있었음을 깨달아간다. 이제는 “그 까닭을 알 듯하여” (「겁 없이 겁도 없이」) 더더욱 자연 속으로 나아가면서 “누가/ 내 심장 위에다/ 천둥소리 옮겨”(「하루가 길다」)놓은 그러한 원리를 따라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발견해가는 것이다. 이러한 ‘되풀이 일기’를 쓰면서 심상옥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원리를 되살피고 있는 것이다.
별들이 드리운 밤을 눈앞에 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었다
초록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활짝 열었더니
닫혀 있는 벽도 활짝 열렸다
나는 처음으로
한 떨기의 별과
한 번의 새소리 사이에서
꽃 같은 미소를 자아내었다
― 「마음에도 문이 있어」 전문
마음에도 문이 있어서 시인은 그 문을 열어젖힌 채 뭇 타자들을 받아들인다. 시인은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음을 고백하는데, 그 고백을 가능하게 한 것은 “별들이 드리운 밤”과 “초록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같은 자연 사물이다. 문을 열었더니 “닫혀 있는 벽도 활짝” 열리고 마침내 시인은 처음으로 “한 떨기의 별과/ 한 번의 새소리” 사이에서 “꽃 같은 미소”를 얻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문을 여니 비로소 닫혀 있는 것들도 따라 열리는 과정을 통해 시인은 “파괴함으로써 나는 창조한다”(「나의 도예법」)는 자신의 시법(詩法)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때때로/ 무위無爲”(「때때로」)로 이어질지라도 “세상은 살아낼 수밖에 없는 곳”(「휴식」)이기 때문에 시인은 자신의 시세계가 견고한 견딤의 힘을 스스로에게 주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결국 심상옥 시인은 이러한 애잔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적인 존재 전환을 선연하게 수행해간다. 하지만 시인의 이러한 사유와 감각이 비현실적인 몽상이나 판타지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시인으로 하여금 일상 현실을 벗어나 전혀 다른 상상적인 미학적 거소居所를 예비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지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방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끔 인도해가는 것이다.
서정시라는 배타적인 장르 규정이 그 효용성과 타당성을 계속 견지해간다면, 우리는 서정시의 존재조건을 이루는 근거가 ‘인간’에 대한 항구적인 질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서정시는 언어를 통해 언어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언어를 씀으로써 언어를 쓰지 않으려는 역설에 그 존재의 영역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최소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의미 충전을 이루어가는 것 외에 서정시의 존재조건을 설명할 도리는 따로 없을 것이다. 심상옥 시편은 이러한 인간에 대한 질문과 언어경제학의 충전 과정을 수려하게 보여주는 실례로 남을 것이다.
문학이 상품 미학의 옷을 입고 떳떳하게 생산되고 유통되어가는 이 시대에, 문인들조차 문화 산업의 중요한 성원임을 자발적으로 선언해가는 이 시대에, 이러한 질문과 충전 과정은 서정시의 정체성에 대한 본원적 탐구 과정과 여지없는 등가를 형성해갈 것이다.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는 심상옥 시인이 들려준 근원의 소리와 함께, 그가 채록해가는 심미적 긍정의 언어를 한없는 빛으로 경험한다. 그 순간 우리는 서정시의 존재 의의가 생동하는 깨끗하고도 단정한 범례範例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물과의 오랜 친화를 통해 가 닿는 심미적 긍정의 언어를 성취한 심상옥 시인이, 이 개성적 결실을 딛고 넘어서면서 더 넓고 깊은 서정적 진경進境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고두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Sang-Ok Shim’s Poetry
A Language of Aesthetic Positivity
That Is Reached Through a Long
Familiarization with Things
Seong-Ho You
(literature critic, professor of Korean literature at Hanyang University)
1.
In this era of rapid speed, we still write and read neat and connotative lyric poetry because of our strong aesthetic will to join the cosmic and social truth that may be passing by. on a personal level, it may also be due to some desire to give life a new shock and momentum by expressing specific experiences and memories and presenting them to the world.
This particular will and desire is significant in providing creative energy to reflectively think and heal themselves by redefining cognitive and emotional transformations to the cyclic futility of everyday life. This is the most common desire to read and write and why there is lyric poetry. If we sum up the intrinsic principle of recording these moments of will and desire in the term ‘lyricism,’ the principle of lyricism is possible through memories and narratives of extraordinary experiences and a series of reflective thoughts through them.
Sang-Ok Shim’s this new collection of poems is an aesthetic fruit that has met the principles of such lyric poetry at the most unique and fundamental level. This collection of her poems is also an imaginative book that truly expresses and captures the precious memories that have sunk into the poet's mind like a source of lyricism, thereby allowing the poet to reflect on her life.
As poet Shim herself said, ‘the truth of life that accepts and conforms to nature is more beautiful’ (from “the Poet’s Remarks”), the intrinsic power to regulate this collection lies in the language of aesthetic positivity, which is reached through a long harmony with things.
Poet Shim's world of poetry, which originates by such inward-looking memories, is supported by the love for the precious people on earth and the language of the enchantment to the dazzling moments that she shares with them.
The collection of Sang-Ok Shim's poems, based on her sense of unity with the past, is thus approaching a world where she is improving her aesthetic maturity by continuing her earnest confession of the poet's own experiences.
Now we will find through the poet’s poetry that the poet reads the process of imagining her existential origins, while at the same time her poems are full of aesthetic visions that fill everyone's souls through the concrete experiences. Now let's go thoroughly into the world.
2.
As is widely known, lyric poetry is a confessional language art in which the poet himself looks back on his life, contemplates and expresses it. Thus, the deep motivation lies in the desperate process of self-examination, and the poets creatively create reflective thoughts that follow these self-identification processes.
As such, lyric poetry puts the results of desperate self-discovery into the world in connotative language, and on the one hand, it leads to narcissistic intoxication, and on the other hand, through concrete experience, allows readers to deepen their thought sediment.
Such aesthetic sediment is the tangible fruit of reading the lyric poetry. The most important and primary fruit we get from the poet's poems will be the sediment of the mezzo wisdom of life expressed by the poet, which is an example of the poet's unique sense of balance. Let's read the next verse first.
There’s a gap
Between sealed and open,
Between bitter cup and toast,
Between question and answer,
Between the question mark and the period,
Between value and luxury,
Between thought and action,
Between morning and evening,
Between dream and reality,
Between tree and tree,
Between people and people,
Between here and there.
When everyone talks about the gap,
I realize there's a gap between you and me.
The gap makes the relationship
More visible.
― “Gap”
In general, ‘gap’ refers to the middle ground between any two objects or ideas. Therefore, ‘gap’ means physical center, and also refers to a balanced adjustment of various deflections. The poet does not stress that the ‘gap’ between all confrontational objects or ideas is the unparalleled counterbalance that supports our lives. By paying attention to the gap between ‘sealed and open,’ ‘bitter cup and toast,’ ‘question and answer,’ and ‘the question mark and the period,’ we realize that the gap is an important entity in our lives.
Furthermore, the poet who found that there is the paired gap between ‘tree and tree,’ ‘people and people’ and ‘here and there’ as well as between ‘value and luxury,’ ‘thought and action,’ ‘dream and reality,’ can say that all of these ‘gaps’ are an incompatible condition of life that makes differences not only between ‘you and me’ but also between ‘others’ look bright.
So the poet looks transparently at her life as it exists between ‘darkness and light’ (from “Rest”), singing that ‘gap’ between things and ideas is the ‘harmony that connects everything that lives.’ (from “The Golden Tree of Life”)
This brightens up the process of writing her own poems, which carry out meditation for balance and refinement. And in her next work, the poet confesses that these meditating clues were possible because of the many ‘days of crisis’ she had been experiencing.
A tree called Birdcage is said to live on dew,
If it only comes under a little shade;
Yellow-billed wagtail birds are said
To live on mites, hanging on the giraffe’s back.
You say you couldn't have gone down
That hill without whistling.
I say that the desire to give a name
To the nameless grass made me live.
Before I even saw the flowers,
When the petals scattered
Apart,
There were days
When I promised not to live
Today like yesterday.
At the end of the trial,
We are taught that
Our laughter was born in tears.
― “Days of Crisis”
Everyone has a life crisis, but we often experience paradoxes that sometimes it is a nourishment to life. The poet cites the examples of ‘the tree called Birdcage’ and the ‘Yellow-billed wagtail bird,’ telling the paradox that the difficulties they face is rather a condition of life. Likewise, I strongly confess that the moment of whistling allowed me to go down the hill, and that ‘the desire to give a name to the nameless grass made me live.’
When the flowers scattered apart before she fully appreciated them, ‘there were days when I promised not to live today like yesterday.’ was what made her realize, even though it was ‘the days of crisis,’ that ‘at the end of the trial, we are taught that our laughter was born in tears.’ The ensuing symmetry of ‘laughter’ and ‘tears’ also gives details of the tough but beautiful times of the poet who had been living her life based on the crisis.
So Shim's poems ‘to discover the secrets of a new life’ (from “At Dawn”) express it in the language of moderation and paradox, singing the most concrete process of discovery and enlightenment.
So the poet’s voice comes down to a poetic sense of paradoxicalism through the imagination of ‘gap’ or ‘interval.’ While focusing on the existential grief that is inevitably held as an inner being of the world, there is a process of contemplation that breaks through such tough conditions with the wisdom of moderation and paradoxes. She is enriching the inner motives of transforming into the ultimate self-positive under the strict limitations of existence.
For example, it may be made through awe and faith in life, and the poet finds it in her aesthetic yearning for a single flower or explores such signs in people's warm hearts. All this may be a concrete aspect of this collection of her poems, with a sense of moderation and paradox.
3.
As we know well, memory of time that has already passed is the most important source of poetry creation. This is because lyric poetry is written by the feeling that such time cannot be reversed, imagining the absent or deficient. Perhaps it is a movement of memory that captures the human way of being.
Of course, we are well aware that ‘memory’ in the process is structured by our present continuous ‘here and now’ without stopping at the mere reproduction of past facts. In this regard, her poems are related to her memories that closely resemble the poet's own present continuousness. The following poem focuses on the sounds that have long been engraved into her own body, illustrating those memories and the present continuous tense bond process.
The sound of pine trees being harassed by each other in the wind;
The falling sound of magnolia petals that bloomed like a blessing;
The sound of an enchanting bird song that is fading away;
The sound of a grasshopper crying in hiding;
The sound of winter rain falling plumb down;
The fluttering sound of snowflakes in the silence;
The sighing sound saying that nothing is certain;
The sound of someone desperate saying that a day is longer than a thousand years past;
The sound of my mind loosening to take blows well;
The sound of what I want growing apart from me;
The sound of my footsteps moving me around;
The sound of things that never belonged to me.
― “Desolate Things”
These beautiful poems empirically revive and sing the ‘sounds’ at various levels that they have now disappeared from sight and remain only through ‘desolation’ as ‘dynamic stillness.’ This will also be a living example of the poet's sense of balance, which seeks the ‘gap’ between the ‘sound and ’desolation.’
These ‘all sounds of the world’ (from “Hark, My Ears!”) with figurative properties continue to be linked one by one. For example, from ‘the sound of pine trees being harassed by each other in the wind,’ to ‘the falling sound of magnolia petals,’ to ‘the sound of an enchanting bird song that is fading away,’ to ‘the sound of a grasshopper,’ to ‘the sound of winter rain falling plumb down,’ and to ‘the fluttering sound of snowflakes.’
The shining ‘sounds’ of natural objects following these seasonal operations are now submerged in the absolute ‘desolation.’ No, they switch to ‘desolation.’ In contrast, ‘the sighing sound,’ or ‘the sound of someone desperate saying that a day is longer than a thousand years past,’ ‘the sound of my mind loosening to take blows well,’ ‘the sound of what I want growing apart from me,’ and ‘the sound of my footsteps moving me around’ are all human beings’, containing some existential sadness and melancholy in them.
So ‘things that never belonged to me’ are now buried deep in the poet's memory, shrouded in ‘desolation,’ and these long-held sounds in her body are being ignited as they demonstrate the process of tension and harmony between her long memories and present continuousness.
After all, poet Shim is proving aesthetically that ‘very good listeners produce a masterpiece,’ (from “From Daily Life To Lifetime”), ‘the sound could be an existential resonance’ (from “Bibichu: Plantain Lily”) and demonstrating that it is the poet's duty to collect and record the sounds of deep roots.
Wind beats bells,
Memories beat hearts.
Do the bells spread far and wide,
Becoming a Beomjong?
Memories are whistling in the path of life.
Are the days I would recite poems
Lying on the grass gone by?
I'm standing around to meet the things
I've lost in this time that's coming.
Are the days of another chapter replayed?
I'm determined not to write down a day.
― “This Time That’s Coming
While reproducing long memories, this poem illustrates the generous heart of the poet who lives more in love with the life of ‘here and now.’ Basically, the structure of the poem begins with unusual ‘memories.’ The ‘memories’ strike the poet's chest and make a minute whistle. The target, on the one hand, is ‘the days I would recite poems lying on the grass.’ However, it is also the power of memory to allow the poet ‘to stand around to meet the things I’ve lost,’ while leaving the seat for ‘this time that’s coming.’
As such, ‘this time that’s coming’ is ‘a moment of the days of another chapter replayed,’ the poet ‘is determined not to write down a day.’ This is because she knows her job is to transform the power of memories that comes only ‘after a very long time’ (from “In My Old Diary”) into the power of regeneration that lives now and creates ‘my world that begins by the side of things.’ (from “My World Begins by the Side of Things”)
The poet's sense of creating a shining moment of existence with such a deep memory is striking and beautiful. It slowly follows the process of inferring the deepest and oldest human sensibilities through its faithful powers, meeting beyond the attributes of the lyric poetry as a ‘memory alchemy.’
In this way, the poet shows a feeling of ‘desolation’ through the absence of ‘sound’ and also explains the thought for changing memories with the power of ‘now and here.’ So, the poet again clearly proves that ‘memory’ is the core law of an incompatible lyric poem. on the one hand, the trail leads to a light walk and on the other to a remote abyss.
4.
once again, lyric poetry is a linguistic art that creates a new life theory full of vitality beyond the omnipresent energy of daily infertility and ruin through the sensitive imagination of the poet herself. Poet Shim shows these various properties of lyric poetry in abundance through delicate observations and descriptions of natural objects and a faithful reenactment process of life's dynamism that occurs in her own memory. Of course, her poetry prefers not only to the brightness of creation, but also to the dimness of extinction.
This is not because our lives are easily interpreted as one-sided, but because they represent an entity with infinite possibilities for reinterpretation. Instead of the steep speed and high sensitivity that unfold on the surface of the world, this collection of her poems shows the flow of mind toward a certain fundamental existence by treasuring the aesthetic remains of the disappearing beings.
When a new road takes the place of an old road;
When life passes through memories;
When the wind gets caught in your fingers.
Those are precious times.
When the past is read on a new day;
When the wanderings ended through the maze;
When clouds stay at the end of your mind.
Those are precious times.
When the first question follows the next pag;,
When something doesn't end as badly as it started;
When others’ wave reach the wave of my heart.
Those are precious times.
― “That’s a Precious Time
Poet Shim is slowly putting together precious times that seem to be caught in her hands by reviving her memories. Then the moment, which is deeply cherished inside, uniformly shows persistence and continuity that covers all the way from ‘when a new road takes the place of an old road’ to ‘when others’ wave reach the wave of my heart,’ even if it has many disparate properties. But that value is largely associated with a force that is gained after a proper imprint of the ‘start’ and ‘end’, so to speak, ‘when the past is read on a new day’ or ‘when something doesn't end as badly as it started’ is the poet's starting and ending of life.
This identity of starting / ending serves as a raw material that allows the poet to have a flow of mind toward a fundamental existence by treasuring the aesthetic afterimage of the existence. It tells us the following valuable facts: ‘There's water below me’ (from “I Keep on Moving”) and ‘there's nothing too late in life’ (from “To Maud Gonne From Yeats”). The phenomenology of the mind that has spread through the afterimage of the memory is so preciously completed.
What will the sunset become when it grows?
At the age of the sunset,
I answer my own question:
You’re gonna throw up a red sigh.
If you sigh, how far shall it go?
At the age of sighing
I answer my own question:
You'll follow your heart.
When your heart grows older, what will it be?
At the age I see merely with my mind
I answer my own question:
You'll see people because you have a heart.
What will happen to you if you see people?
At the age when people come into my eye
I answer my own question:
Like someone who decides to let go of his long-loved one,
You will cry.
― “I Ask Myself”
The poet is repeatedly asking herself what life means. She equates herself with ‘the sunset,’ asking, ‘What will the sunset become when it grows?’ and thinking of the next time she will reach with ‘a red sigh.’ And the sigh will go along with the heart, and as the heart grows older, it will bring a time of profound maturity in which one can see, brightening up the memory of ‘being one who decided to let go of her long-loved one and finally breaking into tears.’
The poet has continued to live a solid life ‘though my heart is at its bottom’ (from “A Long Summer Day”) and because she knew so well that ‘everyone has his own bottom’ (from “Passenger Bird”), she could open her mind to the ups and downs of life. Although she feels sorry for ‘I finally got it, if I'd known it at that time’ (from “Why I Didn’t Know?”), the poet shows the deepest signs of life-based maturity.
The time of life that we can see and infer is bound to emerge paradoxically where things are being ruled for a while and then disappear. However, such a pattern of extinction is also an inevitable step in preparing for another level of existential creation. No, it would not be wrong to say that the energy of creation is already faithfully imbedded inside the dying things.
All of this shows us that we are not just living alone, but we are interconnected beings who acquire meaning through the process of many creations and extinctions. Poet Shim actively discovers these interdependent absurdities of life and embraces the fruits of it in her own life.
5.
Finally, in Shim's poetry, the range of notes we can meet is the share of endless love for the subjects. The poet clearly shows a world in which she is actively associated with others and moves the result of her communication to a subtle and profound wave. Her poems allow us to experience enlightenment through things, and to delicately meet her own self-consciousness as a poet.
The principle of mediating and expressing the experiences of such enlightenment and self-consciousness may stem from the power of instantaneously grasping the essential piths underlying life. So, Shim’s poems are full of diverse patterns of dynamic imagination and senses, and we think the primary and direct materials that make up such imagination and sensibility are natural objects.
Mountains are still in one spot,
And people go up and down;
Trees stand still in one spot,
And people are shaking like the wind;
Flowers bloom in one spot,
And people move from place to place like butterflies;
Water doesn't fight for the road,
And people fight for it standing still.
Staying where you are:
What could be routine than that?
And is there any repetition
More than moving things?
Anything is fine.
The nature I see
Is my own.
It stays where it is
And I'm still in my place.
― “Recurring Diary”
Keeping their place intact and patiently is a natural detail, such as mountains, trees, flowers, and water. However, people are always up and down, shaking, moving, arguing, but not flowing. In this pronounced contrast of ‘natural and human’ the poet contemplates the great repetition of nature's things that are ‘standing still in one spot.’ The nature that the poet sees is such a ‘totally mine’ that it is ‘where it is.’ So wouldn’t the poet wish to be ‘in my place, too?’
The poet then wishes to have ‘only the sun, the wind, the water, and the sound of birds fill my day’ (from “My World Begins by the Side of Things”) and furthermore realizes that ‘the sentences to be written in my heart first’ (from “Once Again the Old Summer”) were already in nature. Now she moves further into nature, ‘as if I knew what that meant.’ (from “Without Any Fear”) and finds the most natural life following those principles, saying, ‘who put the thunder on my heart?’ (from “It’s Been a Long Day”). By writing this ‘recurring diary,’ Poet Shim revives the very principle of love for her life.
Watching the starlit night,
I was opening my heart for the first time
To the world's friendly indifference.
Listening to birds singing on green trees,
I first
Opened my heart
To people's apathy.
When I opened the door of my heart,
My closed wall opened wide, too.
I, for the first time,
Evoked a floral smile
Between a bunch of stars
And a single sound of a bird.
― “Our Heart Has a Door”
There is a door in her heart, and the poet accepts others with the door open. The poet confesses that she first ‘opened my heart to people's apathy’ and that what enabled her confession is natural objects such as ‘the starlit night’ and ‘birds singing on green trees.’ When she opened the door of her heart, her ‘closed wall opened wide, too’ and finally the poet confesses that she has gained a ‘floral smile’ between a bunch of stars and the sound of a bird for the first time.
Through the process of opening the doors and opening other closed ones up, the poet clearly demonstrates her poetics: ‘By destroying, I create’ (from “My Art of Pottery”). ‘Like love, once in a while, comes to naught,’ (from “Once in a While”) ‘the world has no choice but to live’ (from “Rest”), the poet hopes that her poetry world will give itself the strength of a solid and durable power.
After all, the poet uses this mournful and beautiful voice to carry out an imaginative transition of existence that is impossible in real life. But the poet's thoughts and sensations are never made up of unrealistic fantasies. Rather, they lead the poet out of everyday reality and to accept positively the existence of those who live on the ground, while reserving a completely different imaginary aesthetic residence.
If the exclusive genre rule of lyric poetry continues to maintain its utility and validity, we believe that the basis for achieving its raison d'etre will be a permanent question of ‘humanity.’ In addition, lyric poetry will give its place to the paradox of being free from the constraints of language through language, the paradox of not using language by writing it.
Therefore, besides achieving a new meaning charging through minimal language, there will be no other way to explain the conditions of lyric poetry. This poet's poems will remain examples of these human questions and the charging process of linguistics economics.
In this era when literature is dressed in the clothes of commodity aesthetics and is produced and distributed openly, even writers voluntarily declare that they are important members in the cultural industry, these questions and charging processes will form an unparalleled value in the original search for the identity of lyric poetry.
Through this collection of poems, we experience the sounds of the origin played by poet Shim, as well as the language of aesthetic positivity in which she collects and records. At that moment, we will get a clean and neat legend in which the meaning of the existence of lyric poetry is alive. And you will see Sang-Ok Shim, who achieved the language of aesthetic positivity through her long friendship with things and moves beyond this individualistic fruit to a wider and deeper lyrical landscape.
역자의 말 The Translator’s Remarks
실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듯이 이어지는 시인의 사유들이 놀랍다.
다음엔 또 어떤 사유가 이어질까 궁금해 하며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금세 시집의 막이 내렸다.
내내 호기심으로 무한한 시인의 사유들을 즐기며 번역할 수 있어서 행복하였다.
나의 오랜 번역 감수자 자넬 리브에게 감사드리며,
그녀도 감수하면서 나와 같은 즐거움을 만끽했기를 바란다.
The thoughts of the poet, like the thread being extracted from a cocoon, came as a surprise to me.
I turned the page, wondering what else she would think of next, and the curtain had already fallen.
I was happy to translate the poems made out of the poet's infinite thoughts with curiosity each time.
I thank Janell Reeve, my friend and long-time proofreader, and I hope she enjoyed the same pleasure as she had in proofreading all of them.
시인 심 상 옥
1945년 일본 도쿄 출생.
경남여고, 이화여대 사범대학교육학과, 동아대학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중국중화학술원위원(예술박사), 일본 草月조형학교(사범 3급 취득).
부산대학, 계명대학, 상명대학, 대만실천 전과대학,
중국중앙공예미술대학 강사 역임.
도예개인전 18회, 국내 외 그룹전 30여 회 개최함.
1982년 ?한국수필? 조경희 선생 추천으로 수필등단,
같은 해 ?그리고 만남?으로 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주간,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및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PEN한국본부, 계간문예작가회 이사, 문학시대 기획상임위원.
시집: ?울림과 색깔의 합주?, ?오늘과 내일 사이?,
?지금 오는 이 시간?, ?그리고 만남? 등
수필집: ?화신?, ?환상의 세계를 넘어서?, ?마음의 불을 지피고?,
?더 큰 자연을 연주하며?, ?공간에 색깔 입히기?, ?미녀와 마녀?,
?합주合奏?,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등.
수상: 한국문학상, 한국여성문학인상, PEN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동포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등 다수.
이메일: sangoksh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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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Sang-Ok Shim
She was born in Tokyo, Japan in 1945.
She graduated from Kyungnam Girls' High School, Ewha Women's University, and Dong-A University's Graduate School of Arts and Education.
She is a member of the Chinese Academy of Sciences by earned a doctorate in art from it.
She obtained a third-degree master from the Japanese Plant and Moon Sculpture School.
She has taught at the Busan University, Keimyung University, Sangmyung University, Taiwan Shih Chien University, and China Central Institute of Applied Fine Arts.
She has held 18 pottery exhibitions and 30 domestic and international group exhibitions.
She debuted as an essayist through the “Korean Essays” and as a poet with “And a Meeting” in 1982.
She served as the chief editor in the PEN Korea and the vice chairman in the Korean Essayists Association.
She serves as the chairman of the Korean Women’s Literary Society, a director of the Korean Poets Association, of the Korean Modern Poets Association and the president of the international cooperation committee of it. She also serves as a director of the quarterly “Literary Poet, Sang-Ok Shim
Writers Society,” of the PEN Korea, the planning committee of the “Literary Era,” and consultant
of the Korean Writers Association.
Her collections of poems: “The Combination of the Resonance and Color,” “Between Today and Tomorrow,” “This Time That’s Coming,” “And a Meeting,” etc.
Her collections of essays: “Incarnation,” “Beyond the Fantastic World,” “After Kindling the Mind,” “Playing the Bigger Nature,” “Coloring the Space,” “Beauty and the Witch,” “Ensemble,” “To Bloom one Flower,” etc.
Her awards: the Korean Literature Prize, the Korean Women's Literature Prize, the PEN Literature Prize, Nosan Literature Prize, the Korean Essays Literature prize, Dong-po Literature Prize, HeoNanSeolHeon Prize, etc.
email: sangokshim@hanmail.net
blog: http//blog.daum.net/sangokshim
http//blog.naver.com/sangokshim
역자 라이채
Translator, Eechae Ra
번역문학가 종합문예지 “한국문인” 편집주간 및 번역책임자 역임.
덕성여대 영어영문과 졸업. 미연방한의사.
“세상의 빛 어머니 사랑”(영역), “하프 라이프(국역) 외, 다수의
영한 대역서와 “수필의 끈을 풀다” 외 다수의 공동 작품집이 있다.
한국문인번역문학상 본상 수상.
She is a translator and writer.
She served as the managing editor and translator of “Korea Writers.”
The United States Diplomate of Oriental Medicine.
B.A., 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 Duksung Women’s University of Korea.
She translated “The Light of the World, Mother’s Love” (Korean into English) and “Half Life” (English into Korean), and many other translation works and has many joint works, including
“The Literature of Filial Love” and “Untie a String of Essays.”
She is a Korea Writers Winner for Excellent Translation.
email: isak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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