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장법〉
심상옥
이마에 주름이 생겼을 때
나는 상냥함이라는 크림을 바르고
입술에는 침묵이라는 립스틱을 발랐지요
눈이 침침해졌을 때
나는 정직이라는 아이크림을 바르고
청결에는 미안이라는 비누를 발랐지요
피부가 거칠어졌을 때
나는 미소라는 로션을 바르고
좋은 살결 만들려고
성실이라는 영양제를 발랐지요
이것도 바르고 저것도 바르고
나는 이해라는 스킨을 발랐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향기로운 것은
용서라는 향수였지요
나의 화장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직도 내 영혼에
주름살을 늘리진 않았지요
'심상옥 도예 > 도예와 시 하모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예명: 조향의 멋과 아름다움 , 시: '나는 움직인다' (0) | 2020.01.12 |
---|---|
도예명: 밤기운이 가슴 속으로, 시: '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 (0) | 2020.01.12 |
도예명: 흔적 시리즈 - 시 '걸어가는 사람' (0) | 2019.12.27 |
도예명: 남성의 율동 - 시: '하루가 길다' (0) | 2019.12.27 |
도예명: 낯설어 보이 듯이 - 시 '마음에도 문이 있어' (0) | 2019.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