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추〉
비비추 ㅡ 길게 발음하고 나면
어디선가
비비추 비비추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지나가는 바람에
날개 부비는 소리 같기도 해서
비비추는 풀이 아니라
새이려니 했다
아니면
작은 마추픽추 같은 건 아닐까 해서
비비추 비비추 계속 길게 발음하고 나면
잉카제국의
어느 언덕에 서 있는 것 같고
소리란 존재의 울림이지 싶기도 해서
비비추 비비추 다시 발음하고 나면
보랏빛 종같은 비비추 꽃이
보라 보다 내 눈을 사로잡는 거였다
나는 풀꽃이야
나는 너를 비추지 비추지
Bibichu: Plantain Lily
Bibichu - If you pronounce it long,
It sounds like somewhere a bird is singing,
‘Bibichu, bibichu’
Or it sounds like birds rubbing their wings together
By the passing wind,
So, I thought
The bibichu is not grass,
But a bird.
Or
I thought it might be a small Machupicchu,
So if you keep pronouncing it at length,
You feel like you are standing on a hill
In the Inca Empire.
Or thinking,
The sound could be an existential resonance,
I re-pronounce ‘bibichu, bibichu,’
Its purple flowers like bells caught my eye,
Saying, “I am a grass flower.
I ‘bichuzi, bichuzi’ (shine) o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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