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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옥 예술세계/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위기의 날들〉

by sangokshim 2020. 2. 18.

                            




〈위기의 날들〉



버드케이지란 나무는 약간의 그늘만 만나면
뿌리를 내리고 이슬을 받아 살아간다고 한다

노랑부리할미새는 기린의 등에 매달려
진드기를 잡아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휘파람을 불지 않고는 저 언덕을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너는 말한다
이름 모를 풀에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나를 살아가게 했다고 나는 말한다


꽃을 본 적도 없이
어느 사이 꽃들이 분분하게
흩어져버렸을 때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날들이
내게는 있었다


시련의 끝에서 보면
우리의 웃음은
눈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Days of Crisis



The tree called Birdcage is said to live on dew,
If it only comes under a little shade;
Yellow-billed wagtail birds are said
To live on mites, hanging on the giraffe’s back.


You say you couldn't have gone down
That hill without whistling.
I say that the desire to give a name
To the nameless grass made me live.


Before I even appreciated the flowers,
When the petals scattered
Apart,
There were days
When I promised not to live
Today like yesterday.


At the end of the trial,
We are taught that
Our laughter was born in t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