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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어느 우화〉 〈어느 우화〉 늙은 사자가 여우더러 동굴로 들어가자고 말하는 사이 영리한 여우는 동굴 앞 땅을 자세히 살폈다 들어오라는 사자의 말에 여우가 거절했다 당신 집으로 들어간 동물들 발자국은 많이 보이나 밖으로 나온 건 하나도 없으니 다른 동물들이 나올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리고 .. 2020. 2. 19.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얼마나〉 〈얼마나〉 ‘만약이라는 약’이 있다고 누가 놀라운 말을 하고 ‘그래도島라는 섬’이 있다고 또 누가 놀라운 말을 하지만 꿈같은 소리 마라 나에게는 ‘다짐이라는 짐’ 밖에 놀라운 것이 없으니 ‘새봄이란 말’이 있어도 ‘새 가을이란 말’은 없다고 누가 다시 새로운 말을 하고 .. 2020. 2. 19.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옛날 같은 여름이〉 〈옛날 같은 여름이〉 여름이면 생각난다 강변 모래톱에 찍힌 이집트 상형문자 같은 새들의 발자국 여름이면 또 생각난다 돛단배 밀던 저녁노을과 종이배 접어 띄우던 강물 위 낮달 여름이면 다시 생각난다 갈대소리 물새소리에 마음이 먼저 옮겨 적은 문장들 아, 옛날이어 너는 자꾸 내.. 2020. 2. 19.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시네마 천국〉 〈시네마 천국〉 영화 속 우체부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은 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바위 위에 철썩이는 파도소리 평화로이 울러퍼지는 성당의 종소리 절벽에 부는 나지막한 바람소리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심장박동소리’ 네루다가.. 2020. 2. 19.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간 격〉 〈간 격〉 밀봉과 개봉 사이 고배와 축배 사이에 간격이 있고 질문과 대답 사이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에 간격이 있네 가치와 사치 사이 생각과 행동 사이에 간격이 있고 아침과 저녁 사이 꿈과 현실 사이에 간격이 있네 나무와 나무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격이 있고 이곳과 저곳 사.. 2020. 2. 19.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옛 수첩에서〉 〈옛 수첩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나와 함께 놀자고 한다 어제는 남은 시간을 깜빡 놓쳤다고 이제는 남 보란 듯 말고 나 보란 듯 살라고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나와 함께 놀자고 한다 오늘은 어제를 모르게 놓쳤다고 이제는 내일처럼 살라고 나 보란 듯 살라고 한다 그리고 아..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겁 없이 겁도 없이〉 〈겁 없이 겁도 없이〉 ]내가 여름 들판처럼 초록이었을 때 겁 없이 쓰던 말 내가 겨울나무처럼 마른가지였을 때 겁나게 나를 겁 주었다 겁 없이 쓰던 죽고 싶다던 그 말 쓰기에도 이제 겁이 난다 봄 가을 없이 그동안 너무 많은 말을 해버린 탓이다 겁도 없이 겁 없던 말 쓸어담을 주머니..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왜 몰랐을까〉 〈왜 몰랐을까〉 마음이 혼자일 때 나는 지금껏 ‘너뿐이야’ 하고 믿어지는 한 사람을 가지는 것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높고 편한 자리’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왜 그랬을까 왜 몰랐을까 이제야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마음이 먼저 마음에 귀 기울였으리..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위기의 날들〉 〈위기의 날들〉 버드케이지란 나무는 약간의 그늘만 만나면 뿌리를 내리고 이슬을 받아 살아간다고 한다 노랑부리할미새는 기린의 등에 매달려 진드기를 잡아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휘파람을 불지 않고는 저 언덕을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너는 말한다 이름 모를 풀에 이름을 지어..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일곱 번째 맹세〉 〈일곱 번째 맹세〉 月요일은 어둔 밤을 비추는 달처럼 살아가겠다 火요일은 불같은 일을 조심하며 살아가겠다 水요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겠다 木요일은 사람에게 유익한 나무처럼 살아가겠다 金요일은 말을 천금같이 하며 살아가겠다 土요일은 오물도 덮어주는 흙처..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입〉 〈입〉 제 입 속에 어린 새끼를 미소처럼 머금은 물고기의 입 어린 새끼 입으로 제 살을 뜯어먹게 하는 가시물고기 이런 날은 ‘어머니’를 쓴 고리끼도 잠시 입을 다물 것인데 내 말의 반은 입 그 반은 침묵 겨우 밥이나 머금은 나의 입은 할 말을 잃을 것이네 Mouth The mouth of a mother fish Tha..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자연에 기대어〉 〈자연에 기대어〉 숲 속의 빈 터로 가려 하네 가서 다람쥐와 놀려 하네 가서 새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려 하네 무언가 기대어 살 것이 필요해 현재는 차갑고 심장은 뜨겁거든 숲 속의 오솔길로 가려 하네 가서 바람소리 귀담아 들으려 하네 가서 물소리에 젖은 땀 씻으려 하네 무언가 ..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적막하다〉 〈적막하다〉 솔바람 서로 부대끼는 소리 적막하다 환한 축복같던 목련지는 소리 적막하다 구성진 새울음이 멀어져가는 소리 적막하다 숨어서 우는 풀벌레 소리 적막하다 수직으로 내리는 겨울비 소리 적막하다 소리도 없이 눈이 휘날리는 소리 적막하다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는 탄..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나는〉 〈나는〉 나는 고통과 헤어지기 위해 아름다움을 포기했다 나는 스스로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산을 보았다 나는 질문을 그만두지 않으려고 사는 것에 길들지 않았다 나는 낙오되어야 살아남는다는 뚜어뚜어의 말을 믿었다 나는 도자기를 빚으려고 흙을 절단 내었다 절단 내..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지금 오는 이 시간〉 〈지금 오는 이 시간〉 바람은 종을 때리고 추억은 가슴을 친다 종소리 멀리 퍼져 범종이 되나 추억은 인생이 지나는 길목에서 여린 휘파람소리를 낸다 풀밭에 누워 시를 외던 시절은 지나간 것이냐 지금 오는 이 시간은 잃어버린 것들을 만나러 서성인다 또 한 편의 시절이 재생되는 것.. 2020. 2. 17.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그 겨울〉 〈그 겨울〉 그 겨울 가슴에 돌을 얹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손을 얹고 생각할 때보다 한 차례 반성이 무겁고 살얼음에도 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겨울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있었습니다 그 겨울 나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빨리 뛰고는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제일 무서운 .. 2020. 2. 17.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저 황금나무〉 〈저 황금나무〉 너, 음악이 뭔지 아니? 우주에 우리 말고 다른 무엇이 있음을 전하는 신의 말씀이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화음의 결합체야 심지어 별까지 너, 도예가 뭔지 아니? 우주에 대지 말고 다른 무엇이 있음을 전하는 인간의 오브제지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 2020. 2. 17.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하루가 길다〉 〈하루가 길다〉 오랜만에 천둥소리 듣는다 가슴이 다시 뛰었다 네가 내 꿈이었던 그때처럼 나는 기쁘고 꿈꾸는 것이 세상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뛰는 가슴으로 나는 또 말하네 누가 내 심장 위에다 천둥소리 옮겨놓았나 여전히 질문이 많은 네가 아직 내 속에 있다는 증거 오랜만에 여운..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한 사람의 말〉 〈한 사람의 말〉 사람은 울면서 태어나고 고통 속에서 살다 실망하며 죽는다고 누가 말했을 때 매일 매일을 인생의 전부인 듯 살라고 누가 말했을 때 산다는 건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일이라고 누가 말했을 때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라고 누가 말했을 때 이 세상에서 죽..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항아리〉 〈항아리〉 - 「소주병*」 조調로 항아리는 속에다 채운 것을 모두 비운다 속은 비어 있지만 언제나 배는 부르다 달이 몹시 밝던 밤 하늘 향해 무릎 꿇은 어머니를 보았다 다가가 보니 장독대에 엎어 놓은 빈 항아리였다 * 공광규의 시 Jar - Inspired from “Soju Bottle*” The jar empties Everything Fill..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휴 식〉 〈휴 식〉 우리는 늘 바쁘다 바쁘다 바빠 하면서 이 일 저 일로 뛰어다니고 수없이 세상으로 들어가 물에 밀리고 불에 그을린다 어둠과 빛의 행간에서 그림자에 싸여 어두워진다 나 역시 누군가의 실패한 문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늘은 많이 울고 나서 좀 쉬어야겠다 보도블록 사이..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걸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부러질 듯 무너질 듯 넘어질 듯하면서도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걸어가는 사람 (이것이 인생의 눈부신 차례) 쓰러질 듯 엎어질 듯 자빠질 듯하면서도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걸어가는 사람 (이것이 삶의 엄숙한 순서) 꽃심고 김매듯이 하루 하루 밉게 보면 잡초 아..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경험카드〉 〈경험카드〉 우리는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경험을 쇼핑하는 사람들 각자도생의 경험카드로 언제나 몇 번이라도 늘 혹은 때때로 우리는 삶이라는 장터에서 체험을 기록하는 사람들 각자도생의 체험카드로 언제나 몇 번이라도 늘 혹은 때때로 산다는 건 날마다 꿈을 하나씩 지우는 일이..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귀여 들어라〉 〈귀여 들어라〉 눈꺼풀을 내리면 풍경이 닫힌다 당신도, 당신이 앉아 책 읽는 벤치도 닫히고 멀리 단풍 옷 입은 산도 닫힌다 귀가 눈보다 덜 차별적인 것은 닫히지 않고 열려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주지 않아도 내 귀는 가을을 우는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풀벌레 소리에 마음을 더하면 ..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그때가 소중하다〉 〈그때가 소중하다〉 새 길이 옛 길을 내려놓을 때 추억을 통해 인생이 지나갈 때 바람이 손가락에 잡힐 때 그때가 소중하다 새날이 지난날을 읽을 때 미로를 통해 방황이 끝날 때 구름이 생각 끝에 머물 때 그때가 소중하다 첫 질문이 다음 페이지를 쓸 때 시작을 통해 끝이 서럽지 않을 ..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그의 목표〉 〈그의 목표〉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구두를 닦은 사람 절대광이 그의 목표였다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노래를 부른 사람 절대음이 그의 목표였다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소리를 한 사람 절창이 그의 목표였다 His Goal The goal of a man who has been polishing shoes All his life Is to make an absolute luminosit..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나그네새〉 〈나그네새〉 발은 나그네 눈은 구경꾼 내가 밟은 땅 모두 다 길이 되지 않고 내가 본 풍경 모두 다 절경이 되지 않는다 발 한 쪽이 비틀, 한다 땅 밟고 서서 땅을 내려다본다 밟고 밟힌 발이 바닥을 친다 누구든 바닥은 있는 것이지 발이 바닥을 칠 때 그때 탁, 차고 오르는 거야 나그네새 ..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 〈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TV를 끄고 인터넷을 접고 스마트 폰을 집에 두고 울창한 숲길을 찾아서 떠난다면 오직 햇빛과 바람과 물과 새소리만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면 틈만 나면 걷고 틈만 나면 하늘 보고 다람쥐와 나뭇잎과 별과 달만으로 나만의 월..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나는 움직인다〉 〈나는 움직인다〉 구구절절 열 마디 말보다 한 줄의 이모콘이 나를 움직인다 천 마디의 말보다 한 숟갈의 밥이 가난을 움직이듯이 너는 어째서 날마다 이토록 나를 움직이느냐 여전히 나보다 낮은 곳에 물이 있고 여전히 나보다 높은 곳에 산이 있고 여전히 나의 고통은 누구도 대신해 ..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하루도 긴 여름〉 〈하루도 긴 여름〉 마음에 손잡이가 있으면 좋겠다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마음은 바닥을 쳐도 너를 생각하지 않고는 하루도 긴 여름이었다 그리움에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생각은 구름처럼 뿌리가 없어도 너를 잊지 않고는 하루도 긴 여름이었다 내가 마지막으.. 2020.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