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옥 예술세계/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61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적막하다〉 〈적막하다〉 솔바람 서로 부대끼는 소리 적막하다 환한 축복같던 목련지는 소리 적막하다 구성진 새울음이 멀어져가는 소리 적막하다 숨어서 우는 풀벌레 소리 적막하다 수직으로 내리는 겨울비 소리 적막하다 소리도 없이 눈이 휘날리는 소리 적막하다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는 탄..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나는〉 〈나는〉 나는 고통과 헤어지기 위해 아름다움을 포기했다 나는 스스로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산을 보았다 나는 질문을 그만두지 않으려고 사는 것에 길들지 않았다 나는 낙오되어야 살아남는다는 뚜어뚜어의 말을 믿었다 나는 도자기를 빚으려고 흙을 절단 내었다 절단 내.. 2020. 2. 18.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지금 오는 이 시간〉 〈지금 오는 이 시간〉 바람은 종을 때리고 추억은 가슴을 친다 종소리 멀리 퍼져 범종이 되나 추억은 인생이 지나는 길목에서 여린 휘파람소리를 낸다 풀밭에 누워 시를 외던 시절은 지나간 것이냐 지금 오는 이 시간은 잃어버린 것들을 만나러 서성인다 또 한 편의 시절이 재생되는 것.. 2020. 2. 17.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그 겨울〉 〈그 겨울〉 그 겨울 가슴에 돌을 얹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손을 얹고 생각할 때보다 한 차례 반성이 무겁고 살얼음에도 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겨울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있었습니다 그 겨울 나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빨리 뛰고는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제일 무서운 .. 2020. 2. 17.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저 황금나무〉 〈저 황금나무〉 너, 음악이 뭔지 아니? 우주에 우리 말고 다른 무엇이 있음을 전하는 신의 말씀이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화음의 결합체야 심지어 별까지 너, 도예가 뭔지 아니? 우주에 대지 말고 다른 무엇이 있음을 전하는 인간의 오브제지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이어주는 .. 2020. 2. 17.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하루가 길다〉 〈하루가 길다〉 오랜만에 천둥소리 듣는다 가슴이 다시 뛰었다 네가 내 꿈이었던 그때처럼 나는 기쁘고 꿈꾸는 것이 세상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뛰는 가슴으로 나는 또 말하네 누가 내 심장 위에다 천둥소리 옮겨놓았나 여전히 질문이 많은 네가 아직 내 속에 있다는 증거 오랜만에 여운..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한 사람의 말〉 〈한 사람의 말〉 사람은 울면서 태어나고 고통 속에서 살다 실망하며 죽는다고 누가 말했을 때 매일 매일을 인생의 전부인 듯 살라고 누가 말했을 때 산다는 건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일이라고 누가 말했을 때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라고 누가 말했을 때 이 세상에서 죽..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항아리〉 〈항아리〉 - 「소주병*」 조調로 항아리는 속에다 채운 것을 모두 비운다 속은 비어 있지만 언제나 배는 부르다 달이 몹시 밝던 밤 하늘 향해 무릎 꿇은 어머니를 보았다 다가가 보니 장독대에 엎어 놓은 빈 항아리였다 * 공광규의 시 Jar - Inspired from “Soju Bottle*” The jar empties Everything Fill..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걸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부러질 듯 무너질 듯 넘어질 듯하면서도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걸어가는 사람 (이것이 인생의 눈부신 차례) 쓰러질 듯 엎어질 듯 자빠질 듯하면서도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걸어가는 사람 (이것이 삶의 엄숙한 순서) 꽃심고 김매듯이 하루 하루 밉게 보면 잡초 아..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경험카드〉 〈경험카드〉 우리는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경험을 쇼핑하는 사람들 각자도생의 경험카드로 언제나 몇 번이라도 늘 혹은 때때로 우리는 삶이라는 장터에서 체험을 기록하는 사람들 각자도생의 체험카드로 언제나 몇 번이라도 늘 혹은 때때로 산다는 건 날마다 꿈을 하나씩 지우는 일이..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귀여 들어라〉 〈귀여 들어라〉 눈꺼풀을 내리면 풍경이 닫힌다 당신도, 당신이 앉아 책 읽는 벤치도 닫히고 멀리 단풍 옷 입은 산도 닫힌다 귀가 눈보다 덜 차별적인 것은 닫히지 않고 열려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주지 않아도 내 귀는 가을을 우는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풀벌레 소리에 마음을 더하면 ..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그때가 소중하다〉 〈그때가 소중하다〉 새 길이 옛 길을 내려놓을 때 추억을 통해 인생이 지나갈 때 바람이 손가락에 잡힐 때 그때가 소중하다 새날이 지난날을 읽을 때 미로를 통해 방황이 끝날 때 구름이 생각 끝에 머물 때 그때가 소중하다 첫 질문이 다음 페이지를 쓸 때 시작을 통해 끝이 서럽지 않을 ..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그의 목표〉 〈그의 목표〉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구두를 닦은 사람 절대광이 그의 목표였다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노래를 부른 사람 절대음이 그의 목표였다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소리를 한 사람 절창이 그의 목표였다 His Goal The goal of a man who has been polishing shoes All his life Is to make an absolute luminosit.. 2020. 2. 16.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나그네새〉 〈나그네새〉 발은 나그네 눈은 구경꾼 내가 밟은 땅 모두 다 길이 되지 않고 내가 본 풍경 모두 다 절경이 되지 않는다 발 한 쪽이 비틀, 한다 땅 밟고 서서 땅을 내려다본다 밟고 밟힌 발이 바닥을 친다 누구든 바닥은 있는 것이지 발이 바닥을 칠 때 그때 탁, 차고 오르는 거야 나그네새 ..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 〈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TV를 끄고 인터넷을 접고 스마트 폰을 집에 두고 울창한 숲길을 찾아서 떠난다면 오직 햇빛과 바람과 물과 새소리만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면 틈만 나면 걷고 틈만 나면 하늘 보고 다람쥐와 나뭇잎과 별과 달만으로 나만의 월..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나는 움직인다〉 〈나는 움직인다〉 구구절절 열 마디 말보다 한 줄의 이모콘이 나를 움직인다 천 마디의 말보다 한 숟갈의 밥이 가난을 움직이듯이 너는 어째서 날마다 이토록 나를 움직이느냐 여전히 나보다 낮은 곳에 물이 있고 여전히 나보다 높은 곳에 산이 있고 여전히 나의 고통은 누구도 대신해 ..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하루도 긴 여름〉 〈하루도 긴 여름〉 마음에 손잡이가 있으면 좋겠다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마음은 바닥을 쳐도 너를 생각하지 않고는 하루도 긴 여름이었다 그리움에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생각은 구름처럼 뿌리가 없어도 너를 잊지 않고는 하루도 긴 여름이었다 내가 마지막으..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넋 새〉 〈넋 새〉 꿈 얻지 못한 네 영혼이 새가 되어 내 몸 속에 들어와 넋새가 되었구나 언제부터 너는 구름을 통해 하늘을 이해하고 바람 속에 쉬는 이유를 알았느냐 나도 한때 가벼운 날개의 삶을 살고 싶을 때도 있기는 있었다만 망연하고 자실하여 나는 그만 가만히 네 뒤로 가서 오늘은 참..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나의 화장법〉 〈나의 화장법〉 이마에 주름이 생겼을 때 나는 상냥함이라는 크림을 바르고 입술에는 침묵이라는 립스틱을 발랐지요 눈이 침침해졌을 때 나는 정직이라는 아이크림을 바르고 청결에는 미안이라는 비누를 발랐지요 피부가 거칠어졌을 때 나는 미소라는 로션을 바르고 좋은 살결 만들려.. 2020. 2. 15.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당신의 전파〉 〈당신의 전파〉 나는 아직도 당신의 전파를 받습니다 마음속에 세운 수신탑이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어도 생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합니다 당신은 꿈꾸었지요 우리는 모두 무엇엔가 기대어 살 것이 필요하니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천리향나무 아래서 적막하게 웃었지.. 2020. 2. 14.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되풀이 일기〉 〈되풀이 일기〉 산은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은 오르락내리락 하네 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은 바람처럼 흔들리다 말다 하네 꽃은 그 자리 그대로 피는데 사람들은 나비처럼 이 자리 저 자리 옮겨 다니네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데 사람들은 다투면서도 흐르지.. 2020. 2. 14.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노숙 메모〉 〈노숙 메모〉 런던의 뒷골목에서 하룻밤 홈리스 체험을 한 윌리엄왕자는 그것이 제대로 노숙체험을 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고한다 하룻밤이 지나면 결국 집으로 돌아가 좋은 침대에서 편안히 잘 것이지만 그들은 그 생활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정처없이 떠돌며 잠.. 2020. 2. 14.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때때로〉 〈때때로〉 왜목마을에 가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보았다 그 황홀이 까닭 모를 괴로움을 날려버렸다 사랑이 때때로 예술을 파괴하듯이 적멸암에 가서 적막과 번뇌를 함께 느꼈다 그 반복이 까닭모를 불안을 잠재워 버렸다 사랑이 때때로 무위(無爲)를 남기듯이 Once in a While I went to Waemok Vi.. 2020. 2. 13.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마음에도 문이 있어〉 〈마음에도 문이 있어〉 별들이 드리운 밤을 눈앞에 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었다* 초록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활짝 열었더니 닫혀 있는 벽도 활짝 열렸.. 2020. 2. 13.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맞먹는 일〉 〈맞먹는 일〉 ‘프로방스의 산들’이란 그림을 그린 세잔느는 그 산의 대리석을 묘사하면서 시인 카스케에게 ‘나는 대리석의 향내를 그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한 작가가 고유한 표현양식을 가진다는 것은 한 생애를 가지는 것과 맞먹는 일이다 많은 그림을 본 뒤 앙드레 모로아.. 2020. 2. 13.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먼 동〉 〈먼 동〉 아침에 깨어나 창가에 다가가 먼동이 트는 것을 바라본다 산 능선이 뚜렷해지고 새들도 시작이다, 지지배배 나는 문득 지난날 나의 모든 거짓들을 그리고 낡은 습관들을 뭉개버리고 싶어 나도 새처럼 지지배배 경이로 가득 찬 새벽기운을 놓치지 말아야지 새로운 삶의 비밀을 .. 2020. 2. 13.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봄이 되니 알겠다고?〉 〈봄이 되니 알겠다고?〉 봄이 되니 알겠다고? 소나무는 왜 늘 푸른지 물은 왜 아래로만 내려가는지 알겠다고? 그런데 왜 너는 내가 나에 이르름이 이름이라는 말에 고개를 떨구나? 봄이 되니 알겠다고? 나무는 왜 바람이 흔들어도 흔들리면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우리는 왜 물음은 많고 .. 2020. 2. 13.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비비추〉 〈비비추〉 비비추 ㅡ 길게 발음하고 나면 어디선가 비비추 비비추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지나가는 바람에 날개 부비는 소리 같기도 해서 비비추는 풀이 아니라 새이려니 했다 아니면 작은 마추픽추 같은 건 아닐까 해서 비비추 비비추 계속 길게 발음하고 나면 잉카제국의 어느 언덕.. 2020. 2. 13.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먼 것과 가까운 것〉 〈먼 것과 가까운 것〉 자꾸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기에 나는 자꾸 웃었더랬습니다 그래도 울 일이 더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덜 웃었던 모양입니다 자꾸 좋은 말을 해야 복 받는다기에 나는 자꾸 좋은 말을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더 좋.. 2020. 2. 13. 심상옥 시집 영대역 삶이여 안녕한가? - 시: 〈문제는 문제다 〉 〈문제는 문제다 〉 옷장에 옷을 쌓아놓고도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냉장고에 음식을 잔뜩 쟁여놓고도 먹을 게 없다고 칭얼대는 교통편을 이용하면서도 늘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한탄하는 우리의 진짜 문제는 궁핍이 아니라 과잉이다 오늘도 우리는 과잉의 늪에 발이 빠진다.. 2020. 2. 13. 이전 1 2 3 다음